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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야권을 대표하는 헤즈볼라의 무장요원<사진>들이 9일 수도 베이루트에서 친 정부 지지자들과 사흘 째 충돌하면서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목격자들은 이날 헤즈볼라 무장요원들이 집권 정파 지도자인 사드 하리리 의원을 따르는 수니파 주민들이 많은 베이루트 서부 지역을 장악했다고 말했다. 군복 차림을 한 헤즈볼라 요원들은 수니파 지역인 함라 거리에서 차량을 검문하기도 했다. 이 사태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군과 경찰은 양측 간의 교전이 멈춘 뒤 순찰활동을 재개했다.
한 보안 소식통은 지난 7일 시작된 친 정부 지지자들과 헤즈볼라 지지자들의 충돌로 9일 2명을 포함해 최소 13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헤즈볼라와 대립하고 있는 수니파 지도자인 하리리와 드루즈파 지도자인 왈리드 줌블라트는 베이루트의 자택에서 군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아드 시니오라 총리 등 현 정부 각료들은 삼엄한 경계가 펼쳐지는 집무실에 머무르고 있다. 이날 하리리가 운영하는 TV와 신문사가 괴한의 습격을 받는 등 집권 세력의 입장을 대변하는 언론사들 에 대한 공격도 있었다. 집권 정파는 이번 사태를 쿠데타로 규정했지만 어떻게 대응할 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헤즈볼라는 집권 세력이 권력을 독점하려 해 이번 일이 빚어졌다며 자신들이 운영하는 통신망에 대한 정부의 조사 방침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무력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집권 세력은 헤즈볼라의 자체 통신망에 대한 조사 방침이 철회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바논 정부는 지난 6일 헤즈볼라가 자체 통신망을 가동하고 베이루트 공항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국가 안의 국가로 행세하고 있다며 진상조사에 착수하기로 했었다. 이에 대해 헤즈볼라는 2006년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일 때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 자체 통신망을 포기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헤즈볼라 요원들은 베이루트공항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통제해 이 날도 모든 항공편이 취소됐다.
공항 당국은 주변의 도로가 열려야 항공기 운항이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시리아 쪽 국경에는 레바논을 여행 중이던 외국인들의 조기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10일 일정으로 레바논을 찾았다는 한 60대 영국 여성은 AFP 통신에 “원래 11일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사태가 악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이틀 일찍 떠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영국 등 일부 국가들은 자국민에 레바논 여행을 자제하라는 안내문을 발표했고, 쿠웨이트와 사우디 아라비아 등 친미 아랍국가들은 레바논에 있는 일부 자국민을 시리아로 대피시켰다. 한편 아랍연맹이 사우디의 요청에 따라 오는 11일 레바논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 외무장관 회의를 열 예정인 가운데 이 사태를 둘러싼 이해 당사국의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이번 일을 레바논의 내부 문제로 규정하고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고, 이란은 외무부 대변인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혼란을 야기하는 주범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2006년 헤즈볼라와 전쟁한 이스라엘의 시몬 페레스 대통령은 최근의 레바논 사태는 중동을 제패하려는 이란이 선동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은 헤즈볼라에 파괴적 행동을 중단하라고 경고했으나 다른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은 헤즈볼라를 직접 비난하지 않은 채 우려 입장만을 표명했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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