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색상의 도포에 짙은 화장을 한 30대 중반의 여인 베라(Vera)가 미래를 예언해 준다는 수정구슬을 두 손으로 감싼다. 그러더니 "신(神)은 당신 곁에! 당신의 고민을 해결합니다. 병이 있다면 심령(心靈)으로 치료해 드립니다"라고 말한다. 요즘 러시아 TV에 자주 등장하는 점술(占術)·주술(呪術) 광고<사진>의 한 장면이다.
러시아 최대 발행부수(260만 부)의 일간지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의 1개 면(面)은 아예 '점술(占術)·주술·심령치료' 광고로 도배돼 있다. '다른 여인에게 빼앗긴 당신의 애인을 되찾아드립니다-100% 보장' 등의 '치료 종목'도 소개된다.
무신론(無神論)의 마르크스-레닌주의가 지배했던 소련 시절엔 상상할 수 없었던 이런 점술 광고들이 최근 러시아에서 유행이다. 주간 모스콥스키예 노보스티는 18일 이런 주술이 "급속한 자본주의화에 따른 국민들의 공황 심리를 파고들었다"고 분석했다. 전(全) 러시아여론조사센터(VCIOM)의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인의 42%가 점술·주술을 신뢰한다.
하지만 올 하반기부터 언론 매체에서 이런 주술 광고가 자취를 감출지 모른다. 국가두마(하원)가 "무등록 점술가·주술가·심령치료사들이 미신을 조장해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며 광고 금지 법안을 지난 18일 상정했기 때문.
현재 러시아 협회에 등록된 역술인 수는 5만여 명. 이들은 '운세(運勢)' 정도만 알려준다. 그러나 이 밖에 5만여 명의 무등록 주술가들이 각종 '심령 치료'를 내세우며, 성형시술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무등록자들이 지배하는 주술·점술 시장 규모는 현재 12억 루블(약 500억원). 매년 2억5000만 루블(약 100억원)씩 급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출처: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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