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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기술 로버트 그린 지음, 안진환 외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
로버트 그린의 '전쟁의 기술' 에 아래와 같은 일화가 나온다.
1935년 '39계단'을 촬영하는 첫날, 두 주연배우 매들린 캐럴과 로버트 도내트는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촬영장에 도착했다. 서로 서먹한 두 남녀가 작품 초반부터 함께 수갑에 묶인 채 악당들을 피해 도망가는 역할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당대의 최고 스타였던 캐럴은 그 장면을 위엄 있게 연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이야말로 낯선 남자와 함께 수갑을 찬 숙녀가 취할 태도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두 배우에게 해당 장면을 설명한 다음, 그들에게 수갑을 채운 채 세트장을 안내했다. 그때 갑자기 기술적 문제를 봐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그는 금방 돌아오겠다며 수갑 열쇠를 찾는 듯 주머니를 뒤졌다. 그러더니 열쇠를 잃어버린 것 같다며 마치 열쇠를 찾으러 가는 것처럼 서둘러 자리를 떴다.
히치콕은 몇 시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두 배우는 점점 당혹스러워졌고 어느 순간 더 이상 감정을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 말단 스태프들도 자유롭게 일을 하는데, 두 스타만이 함께 수갑에 묶인 채 밀착감과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심지어 화장실도 갈 수 없는 상황에서 두 사람은 모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히치콕은 오후가 되어서야 돌아왔다. 촬영이 시작되었지만 배우들은 조금 전의 경험을 쉽게 잊을 수 없었다. 냉정함이 사라지고 감정이 동요했다. 캐럴은 미리 생각해 둔 연기 방향도 잊어버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들의 연기에는 자연스러움이 넘쳐났다. 이제 그들은 함께 묶이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체험했고 그 어색함을 이미 느끼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더 이상 연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 연기가 내면에서부터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다.
영화 '39계단' (The 39 steps)
커뮤니케이션의 성과는 상대방이 무엇을 전달받았는가에 의해 평가된다. 내가 아무리 좋은 포인트를 멋지게 표현해도 상대방이 못 알아들으면 말짱 꽝이다. 결국 커뮤니케이션 메시지가 상대방의 마음 속에 침투될 수 있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의 목표가 상대방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라면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의 침투력이 기본적으로 낮을 수 밖에 없다. 상대방은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키려는 시도에 부담을 느끼거나 저항을 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성적/논리적 설명으로 메시지를 전한다면 그 메시지의 전달력은 상대방의 저항선에 부딪쳐 매우 낮을 수 밖에 없게 된다.
알프레드 히치콕은 낯선 이성과 함께 장시간 수갑을 차게 된 느낌을 두 배우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우발적 상황을 연출해서 두 배우가 직접 그 상황을 충분한 시간 동안 체험할 수 있게 했다. 느낌을 말과 이성으로 전달하는 것보다 몸과 감정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 알프레드 히치콕은 위대한 영화감독이기 이전에 출중한 communicator였다.
공자님 말씀인지 순자님 말씀인지 모르겠지만 문득 이 말이 생각난다. 생생할수록 좋단 얘기겠지.. ^^
들으면, 잊는다.
보면, 기억한다.
행동하면, 이해한다.
보면, 기억한다.
행동하면,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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