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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메리카 아이티에서 12일 오후(현지시각) 200여년만에 최악의 강진이 발생, 대통령궁을 비롯해 정부기관 건물과 의회, 병원, 가옥이 붕괴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무너진 건물더미에 상당수의 사상자가 묻혀 있으며 최대 수천명이 매몰돼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날 규모 7.0의 지진은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가까운 카르프 서쪽 14㎞ 지점에서 발생했으며 몇 분 뒤 규모 5.9, 5.5의 강한 여진이 2차례 이어져 피해가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USGS 관계자는 1770년 이후 아이티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지진이라고 말했다.
태평양 쓰나미센터는 아이티와 쿠바, 바하마, 도미니카공화국 등 인근 카리브 해 지역에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현지 언론은 이날 강진으로 포르토프랭스의 대통령궁과 재무부, 공공사업부, 문화통신부 등 주요 정부기관 건물들이 붕괴됐다고 보도했다. 르네 프레발 대통령의 신변에는 이상이 없다고 아이티의 주미 대사관이 밝혔다.
의회와 성당 등도 무너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아이티 안정화지원단 사령부 건물도 상당 부분 파손돼 건물 잔해에 상당수의 사람이 깔려 있다. 유엔 관계자는 직원 상당수가 실종됐다고 말했다. 아이티에는 현재 20개국에서 파견한 7천명 규모의 유엔 평화유지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브라질군이 1천266명으로 가장 많다.
또 지진으로 병원 건물이 붕괴했으며 도움을 요청하는 부상자들의 비명이 도처에서 들리고 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부유층과 빈민층이 혼재해 거주하는 산비탈에 위치한 건물과 가옥이 한꺼번에 붕괴되면서 잔해 속에 파묻히기도 했다.
전화 등 통신까지 끊겨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수백~수천명이 사망했을 것이란 증언이 나오고 있다. 익명의 한 현지 의사는 "수백 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증언했다. 구호단체 '가톨릭 릴리프 서비스' 관계자는 "수 천명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현지에 파견된 미국 정부 관계자는 "하늘이 먼지로 꽉 차 회색빛을 띠고 있다"며 "모든 사람이 공포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티의 레이먼드 조지프 주미 대사는 "이번 지진이 엄청난 '재앙'"이라고 말했다.
아이티와 국경을 접한 도미니카공화국과 쿠바에서도 지진이 감지됐으며, 도미니카 공화국 수도 산토도밍고에서는 일부 놀란 주민들이 집 밖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이티에 인도적인 지원을 긴급 지시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미국은 사상자 72명으로 구성된 구호팀을 급파하기로 했다. 프랑스 역시 긴급구호물품을 급파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미주개발은행(IDB)은 20만달러의 긴급원조자금을 아이티에 제공해 음식.물.의약품.긴급 피난처 등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리브 해의 쿠바 인근에 있는 인구 850만명의 아이티는 서반구 최빈국으로 꼽히며 국민은 지난 수십 년간 계속된 정치적 혼란으로 고통받고 있다. 독재 정권의 잇따른 실정으로 문맹률이 45%에 달하고 기대 수명이 52세에 불과할 만큼 생활 여건이 열악하다.
유엔은 지난해 10월 평화유지군 주둔 시한을 올해 10월까지로 1년 연장했지만 마약 조직 간 유혈 분쟁 등 사회 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08년 여름에는 허리케인이 4차례 연 속으로 아이티를 강타해 800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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