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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드 압바스(74)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내년 1월 수반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압바스 수반은 5일 밤 현지 TV로 팔레스타인 지역에 생중계된 연설에서, 내년 1월 24일 예정된 차기 수반 선거에 나설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압바스 수반의 불출마 선언은 팔레스타인 서안 지역의 유대인 정착촌 문제와 관련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태도 변화에 대한 실망감이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31일 이스라엘을 방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정착촌 건설을 `전례 없이' 자제했다고 평가하고 정착촌 문제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 재개의 전제 조건이 될 수 없다는 이스라엘의 입장을 지지해 팔레스타인과 아랍권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그동안 서안 지역에서 장착촌 건설을 완전히 중단해야만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에 응할 수 있다는 팔레스타인 측의 입장을 지지하며 이스라엘을 압박해오다가 `선 협상 재개, 후 정착촌 논의' 쪽으로 정책을 바꿨다. 이 때문에 팔레스타인 안팎에서는 압바스 수반이 불출마 선언이라는 벼랑 끝 전술로 정착촌 문제를 둘러싼 국제여론을 팔레스타인 쪽에 유리하게 되돌려 놓으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004년 야세르 아라파트가 사망한 이후 팔레스타인 수반 직을 넘겨받은 압바스는 친서방 성향의 온건파 정치인이어서 미국과 이스라엘로부터 대화 상대자로 인정받아왔다. 하지만, 그가 은퇴하게 되면 차기 수반 선거와 총선에서 가자지구의 강경 무장정파인 하마스가 득세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곧 이스라엘이나 중동 평화 정착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오바마 행정부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이스라엘의 시몬 페레스 대통령은 압바스 수반의 불출마설이 나돌던 지난 4일 밤 압바스 수반에게 전화를 걸어 선거에 출마하지 않으면 하마스가 서안 지역까지 장악할 수 있게 된다며 불출마 재고를 당부하기도 했다고 일간지 하레츠가 전했다. 클린턴 장관도 같은 날 이집트 카이로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만나 압바스 수반이 현직에 계속 남을 수 있도록 촉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주변의 권고에도 압바스 수반이 끝내 불출마를 하게 된다면 파타 당의 수반 후보로 `옥중 지도자' 마르완 바르구티(51)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의 측근들은 압바스 수반이 출마를 포기할 경우 바르구티가 수반 직에 도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압바스 수반이 정계를 떠나게 되면 바르구티를 압도할 만한 인물이 없어서 바르구티가 출마한다면 이변이 없는 한 수반 직에 당선될 것이 확실하다는 게 바르구티 측근들의 분석이다.
압바스 수반의 파타당 산하 무장조직 알-아크사 순교자여단을 이끌었던 바르구티는 2002년 4월 이스라엘의 대대적 군사작전으로 체포된 뒤 5번의 중첩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2004년 1월 수반 선거에 옥중 출마해 압바스 수반과 대등한 지지율을 기록하다가 중도에 후보직을 사퇴한 바 있다.
바르구티 외에 거론되는 파타당 후보로는 아라파트의 조카이자 유엔 주재 팔레스타인 대표를 지낸 나세르 알-키드와(50)와 파타당 내 정책 책임자인 모하메드 다란(48) 등이 있다.(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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