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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알-카에다의 자살테러범이 신체 내부에 폭탄을 장치한 채 사우디아라비아 보안책임자를 암살하려던 사건은 폭탄을 은폐하는 새로운 수법과 알-카에다가 인접 예멘을 대(對)사우디 테러 기지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우디와 인접 걸프국들에 큰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
지난 8월 '회개한 과격분자'로 가장한 알-카에다의 자살테러범이 수도 제다에 있는 사우디 대테러 책임자 모하메드 빈 나예프 왕자의 집무실을 방문, 왕자와 악수를 하는 순간 그의 몸이 폭발했다.
테러범의 몸이 완충역할을 하면서 다행히 왕자는 화를 면했으나 사우디 언론들은 테러범이 예멘으로부터 입국해 사전 절차를 거쳐 왕자 집무실을 방문했으며 항문 속에 폭탄을 숨겨 들어 왔다고 보도했다. 알-카에다가 사우디 왕족을 직접 겨냥해 테러행위를 저지르기는 지난 2003년 왕정타도를 선언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매년 수천명의 대테러 경찰을 훈련시키고 있는 킹 파드 안보대학의 셰이크 모하마드 알-나지미 교수는 "신체의 예민한 부분에 폭발물을 감추는 것은 아주 새로운 전략"이라면서 "그들이 이를 다시 시도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외교관들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폭탄은 아마도 휴대전화에 의해 폭발했으며 집무실 건물에도 큰 피해를 입혔는 데 만약 비행기 안에서 발생했더라면 소량의 폭탄으로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통상 공항의 검색시스템은 이같은 신체검색이 포함돼 있지 않으며 또 신체 내부의 폭발물을 탐지할 수 있는 센서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다. 따라서 두바이의 보안전문가인 무스타파 알라니는 이번 사건은 단지 사우디와 걸프 지역만이 아닌 국제적인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사건은 인접 예멘이 새로운 알-카에다 본거지가 되고 있다는 사우디의 우려를 확인해 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사우디 측은 현재 수배리스트에 오른 사우디 출신 과격분자 85명 가운데 상당수가 예멘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 2003년 이후 국내 외교거주 구역이나 정부건물 및 에너지 시설 등에 대한 알-카에다의 공격 이후 외국 전문가들의 도움을 빌어 간신히 대처해왔다.
서방 전문가들에 따르면 알-카에다는 올초 예멘과 사우디 지부를 통합해 '아라비아 반도 알-카에다'(AQAP)를 결성했으며 지역 내 세를 과시하기 위해 사우디나 다른 걸프국들에 대한 테러공격을 집중적으로 감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알-카에다는 또 예멘 현지 부족들과 결혼 등을 통해 동조세력을 결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우디는 현재 인접 예멘 등지로부터의 테러범 잠입을 방지하기 위해 예멘 국경지대에 방벽을 설치 중이나 효과는 미지수이다. 사우디는 지난 7월 유럽의 EADS에 23억 달러에 방벽 건설을 맡겼으며 방벽에는 해상 미 공중 감시장비와 함께 지휘초소와 카메라, 센서 등이 설치될 예정이다.
근동-걸프 군사분석연구소의 테오도레 카라식은 그러나 "알-카에다가 아마도 방벽을 우회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면서 아울러 해상 감시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교관들은 사우디의 대예멘 정책 수립의 핵심인물이었던 술탄 왕세자가 신병으로 거의 1년간 국정을 떠나면서 안보정책에 큰 공백을 초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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