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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PC와 인텔의 예견된 갈등, 아이들은 배울 게 없다

기쁨조미료25 2008. 1. 8. 00:16
OLPC와 인텔의 예견된 갈등, 아이들은 배울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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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단체인 OLPC(the one Laptop Per Child)의 설립자이자 의장인 닉 네그로폰테가 인텔이 OLPC를 탈퇴하기로 결정한 다음날인 4일(미국시간) 인텔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개도국 어린이들에게 저가의 랩톱을 공급한다는 OLPC의 목표는 기업으로서 인텔의 목표와는 사실 양립할 수가 없다. 지난해 7월 이들은 서로 간의 의견 차이를 접어 두기로 합의했지만 이는 단지 미봉책에 불과했을 뿐 실효성이 없을 것임은 자명한 일이었다.

이날 네그로폰데 의장은 OLPC에 의해 배포된 성명을 통해 "인텔이 OLPC에 합류하면서 했던 약속을 하나도 지키지 않은 것이 실망스럽다. 건설적이고 협력적 관계를 소망했으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며 인텔을 비난했다.

인텔은 3일(미국시간) OLPC를 탈퇴하면서 가진 탈퇴의 변에서 '근본적 차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추구하는 가치나 생각이 상호간에 너무 달랐다는 뜻이다.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OLPC 의장.

(제공: OLPC)
네그로폰테는 OLPC의 XO 판매 지역에서 인텔이 저가형 클래스메이트 노트북의 판매를 중단해줄 것을 원했다. 그는 "인텔이 OLPC와 협력하기로 이미 결정한 지역(우루과이, 페루), 노트북 선정이 진행 중인 지역(브라질, 나이지리아), 심지어 작고 외딴 지역(몽골 등)에서 XO 노트북을 깎아 내리는데 계속 열중해 왔다"고 말했다.

인텔은 지금까지 개발도상국에 자사 클래스메이트를 판매하고자 하는 의지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왔는데, 네그로폰테 의장은 그게 거슬렸던 모양이다. 그는 "늘 말해온 바와 같이 OLPC는 이 아이들을 사명감을 갖고 대하지만 인텔에게는 이들이 단지 돈으로 보일 뿐인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네그로폰테는 인텔 버전의 XO가 그렇게 좋은 제품이 아니라는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XO와 관련해 인텔이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제품이라고 해봐야 가격도 더 비싸고 전력도 더 많이 소모하는 제품일 것이다. 이는 OLPC가 밝힌 OLPC의 비전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말했다.

한편 인텔의 한 관계자는 XO 랩톱에 이용될 칩의 가격과 전력소모량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다. 현재 XO에는 인텔의 경쟁사인 AMD의 지오드(Geode) 프로세서가 사용되고 있다.

기술을 통해 세계를 구원(?)하는 것을 놓고 자신의 생각이 더 우월하다며 서로 티격태격 하는 것을 보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생각의 현실성 여부는 아예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저개발국가의 학생들에게 기술이 주는 혜택을 누리도록 해주겠다는데 이를 뭐라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꼭 전용 랩톱을 따로 만들어야만 할까?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이용하고 MS의 독점적 지위로부터도 자유로운 그런 제품을 말이다.

아니면 베스트바이에서 현재 이용할 수 있는 최신 기술을 이들 역시 이용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옳은가? 좀더 가격을 낮추어서 말이다. 차라리 이 같은 노력과 시간을 이들 국가의 기술 인프라에 할애하는 것이 더 나은 생각은 아닐까?

네그로폰테는 OLPC가 사명을 지닌 비영리단체인만큼 개발도상국은 OLPC의 영역이어야 하고 XO가 디지털 격차에 가교 역할을 하는 유일한 대안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터무니없는 생각이다.

제품의 질적 향상과 가격 하락은 기업간 경쟁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인텔 등이 개도국에서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수요를 그냥 지나치도록 기대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순진한 발상일 뿐이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다툼에 휘말리는 것은 인텔답지 않다"는 인콰이어러에 실린 찰리 데머지언의 의견에 동감한다. 네그로폰테의 사업은 그 의도 자체는 나무랄 데가 없고 XO가 아주 엉망인 제품도 아니다.

그러나 네그로폰테는 사업적 측면에서 보면 아마추어에 불과한 듯하다. 그리고 구세주 콤플렉스 같은 것도 좀 있고. 그렇지만 불우한 아이들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그의 순수한 동기만큼은 분명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지금 개발도상국에서 필요한 것은 랩톱 한가지만이 아니다. OLPC는 가난한 지역에 랩톱을 판매할 어떤 신성한 권리를 가지고 있거나 하지는 않으며, 인텔은 비영리단체와 티격태격하면 자신의 체면만 구길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들 개도국에게 가장 잘 맞는 랩톱이 무엇인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어쩌면 이들 국가의 진취적 엔지니어들일지도 모른다. 이들이 만약 어떤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그때 가서 OLPC와 인텔은 어떻게 할 것인가? 또 이들을 깎아 내리면서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할 것인가?

어쩌면 개도국에 디지털 혁명의 혜택을 전파하는 최상의 길은 이들에게 단순한 조립 차원을 넘어 자신이 쓸 제품을 직접 설계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일지 모른다. 그저 거만한 태도로 "내가 도와줄 테니 잠자코 있어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