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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만 치는 군경에 의지하느니 우리 몸과 재산은 스스로 지킨다"
이슬람 반군들의 잇따른 테러로 몸살을 앓아온 필리핀 남부지역 일부 주민들 사이에 스스로 무장하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AFP통신과 필리핀 현지언론에 따르면 북(北)코타바토 주와 남(南)코타바토 주 등 남부 지역에 거주하는 기독교계 주민들은 최근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 등 이슬람 반군들에 의한 테러와 약탈 행위가 끊이지 않는데 자극받아 경쟁적으로 무장에 나섰다. 특히 천주교 신부까지 이의 필요성을 강조해 주민들의 무장화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코타바토 주의 경우 주민들이 총포상에서 웬만한 군 장비를 뺨치는 화기를 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인마누엘 피놀 주지사가 밝혔다. 피놀 지사는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을 해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주민들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민들이 수확기에 접어들면서 수중에 돈이 있어 화기를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민다나오 섬 중부 지역의 주민들이 무장을 하면서 민병대(Llagas) 조직의 씨를 뿌린 과거를 들추면서, 무장한 주민들이 노련한 싸움꾼으로 공격을 받으면 대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민병대는 지난 1971년 6월 까르멘 부근의 한 이슬람 사원에 난입해 65명을 학살하는 등 회교도들에 대한 끔찍한 인권침해 사건을 자행한 전력을 갖고 있다. 피놀 지사는 정부군의 공세로 민다나오 섬 중부에 위치한 MILF 주 근거지가 함락된 후 양측 간에 평화협정이 체결되면서 주민들의 휴대하던 화기를 팔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남부의 상당수 지역에 대한 MILF의 관할권 부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타협안이 대법원에서 기각되면서 평화협정도 파기되고, 결국 이슬람 반군들의 테러가 잇따르자 주민들이 재무장에 나섰다고 피놀 지사는 덧붙였다. 남 코타바토 주의 데이지 푸엔테스 지사도 이런 사실을 일부 시인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코타바토 주의 호세 콜린 베가포로 신부도 지역 라디오 방송과의 회견에서 이 지역 민병대들이 이슬람 반군들에 맞서 항전할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한편 회교 연구소를 운영하는 아브후드 시예드 링가 교수는 주민들의 무장화는 인권침해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만 작용할뿐 본질적인 문제 해결책이 못된다고 지적한 뒤, 정부가 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무능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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