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트만에 사는 엘리프(18)는 8개월째 가족을 피해 도망 다니고 있다. 집안이 정해준 혼처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딸에게 자살할 것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엘리프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자살하려 했으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2005년 명예살인 가해자에게 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터키 법이 개정되자 여성에게 자살을 강요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27일 보도했다. 명예살인이란 이슬람 권에서 정조를 잃은 여성을 가족이 살해하는 관습이다. 명분은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것. 심지어 성폭행을 당한 여성도 같은 이유로 돌팔매질 등 잔혹한 수법을 동원해 살해하기도 한다.
터키는 이 같은 명예살인이 국제적인 비난을 사고 유럽연합(EU) 가입에도 지장을 주자 법을 바꿔 명예살인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자 이번에는 여성에게 자살을 강요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명예살인을 하면 법의 처벌을 받게 되자 여성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바트만에서는 자살자의 4분의 3이 여성이다. 이 도시는 이런 식의 자살 강요가 많아서 '자살 도시'로 불리고 있다.
그렇다고 명예살인이 근절된 것도 아니다. 명예살인은 과거 낙후 지역에서 주로 발생했으나 최근에는 수도 이스탄불 등 도시로까지 번지는 추세라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최근 터키 정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탄불에서는 한 주에 한 명 꼴로 명예살인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스탄불시의 인권문제 담당자는 "일부 경찰과 법조인이 가해자와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어 명예살인이나 자살 강요 등이 법망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관습을 바꾸려면 양성 평등 교육이 활발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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