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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서 폭력 시위 정국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경찰이 16세 소년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뒤 이를 비난하는 청년들의 과격 시위가 8일 그리스 전역에서 3일째 계속되고 있다고 AF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총리가 숨진 안드레아스 그리고로풀로스의 가족에 사과하고 전 국민에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좌파 청년들을 중심으로 한 폭력 시위와 방화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아테네 엑사르키아 구역과 에르무 거리 등 도심에서는 수백명의 청년들이 은행의 유리창을 깨고 자동차와 쓰레기통에 불을 질렀으며, 최루가스를 쏘며 진압에 나선 경찰에 돌과 화염병으로 맞서면서 곳곳에서 교통이 두절되는 등 도시 기능이 거의 마비된 상태다. 일부 시위대는 아테네의 주요 대학 건물들을 점거한 채 경찰의 과잉대응과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총리 정부를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일부 청년들은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최루가스를 쏘는 경찰과 충돌했으며, 시위대의 계속된 방화와 투석으로 지금까지 아테네에서만 은행 24곳, 상점 35곳, 가옥 12채, 자동차 24대가 일부 불에 타거나 손상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집권 신민주당 건물이 수제 폭탄 공격을 받았으며,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에 곳곳에서 경찰서와 경찰 초소가 불에 탔다.
경찰은 총에 맞아 숨진 그리고로폴로스가 다른 30여명의 청년들과 함께 돌과 막대기 등으로 경찰차를 공격하자 차에 타고 있던 2명의 경찰관 중 한 명이 밖으로 나와 위협 사격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목격자들은 당시 청년들의 경찰차 공격은 없었으며, 몇 차례 거친 말들이 오간 뒤 한 경찰관이 청년들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고 진술했다. 한 목격자는 라디오 방송에서 "이번 사건은 냉혹한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그리고로폴로스는 복부에 모두 3발의 총을 맞은 것으로 알려져 '위협사격'이었다는 경찰 해명의 진위에도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물의를 일으킨 경찰관 두 명은 현재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으며, 프로코피스 파블로풀로스 내무장관과 파나요티스 히노포티스 청소년부 장관은 이에 책임을 지고 카라만리스 총리에 사의를 표명했지만 총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총격 사건이 일어난 아테네 엑사르키아 구역은 1985년에도 15세 소년이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숨진 뒤 좌파 시위대와 경찰 간의 대규모 유혈 충돌이 벌어진 적이 있으며, 이후 좌파 무정부주의자들의 시위 무대가 돼왔다.
아테네와 살로니카의 일부 대학에 휴교령이 내려진 가운데 좌파 야당과 극좌단체들은 이번 주부터 대규모 시위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과 호주 당국은 그리스를 여행하는 자국 관광객들에게 폭력 시위에 각별히 유의할 것을 당부했으며, 독일은 그리스 여행객에 경고문을 배포했다. 경찰은 지금까지 시위로 14명이 체포됐고, 29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는 15명의 그리스 청년이 자국 영사관을 점거한 채 경찰의 과잉 대응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영사관 측이 밝혔다. 이들은 현재 외교관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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