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과격이슬람단체가 종교적 관용을 촉구하는 집회 참가자들을 몽둥이로 폭행해 수십 명이 다쳤다고 현지 일간 콤파스가 2일 보도했다.
이슬람보수주의를 추구하는 단체들은 전날 자카르타 모나스 광장에서 유가인상철회 집회를, 개혁성향의 단체는 같은 장소에서 건국이념인 `빤짜실라(Pancasila)' 제정 63주년을 기념하고 종교적 관용을 촉구하는 집회를 각각 열었다. 하지만 '유가인상 철회' 집회를 하고 있던 참석자 중 일부인 이슬람수호전선(FPI) 회원들이 갑자기 빤자실라 기념행사장을 기습해 '신앙과 종교의 자유를 위한 국민 연합(AKKBB) 회원들을 대나무막대기로 마구 때려 이슬람 및 기독교 지도자 34명이 크게 다쳤다.
자카르타 지방경찰청 대변인 수하르나는 "행사 주최측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이슬람단체들이 유가인상 반대시위를 계획하고 있어 충돌이 예상된다고 경고했으나 그들이 일정대로 진행하겠다고 주장했다"며, "현장에서 폭행주동자들을 체포하면 분위기가 험악해질 수가 있어 아무도 체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밤 인도네시아 최대 이슬람단체 나들라뚤 울라마(NU)를 비롯한 이슬람단체, 인권단체 및 정치인 등 각계각층의 지도자들은 FPI의 폭력과 당국의 수동적인 대응을 비판하고 폭행주동자들과 배후세력을 밝혀 엄중 처벌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쏟아냈다. 제2위 이슬람단체 마함마디야의 딘 샴수딘 의장은 "폭력은 이슬람의 가르침이 아니며, 이슬람의 이미지만 나쁘게 할 뿐이다. 이것은 범죄"라고 비난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85%가 이슬람 신자이지만 역사 속에서 종교적 관용을 실천해왔다.
하지만 최근 수년 사이에 강경주의자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교회를 탄압하고 유흥업소를 공격할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이슬람 내에서 다른 종파까지 공격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정치전문가들은 정부가 국회에서 이슬람정당의 지지를 얻기 위해 강경주의자들의 폭력행위를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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