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묵상·말씀자료]/칼럼

최용덕 칼럼

기쁨조미료25 2007. 11. 17. 01:58

최용덕 칼럼

신앙 논단

로아와 대한이

최용덕 작곡 성가 듣기


   전체 (814) »     삶의 묵상 (364)      산지기 일기 (157)      로아와 대한이 이야기 (257)      손님글 (36)     
 
   최용덕  (2007-11-12 22:24:40, Hit : 651, Vote : 4)
 
   전화주신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급박하고 딱한 상황에 처해 있는 분이 도움을 요청하더라도
<해와달>이든, 제 개인적으로든, 돈을 빌려드리진 않습니다.
물론 가장 첫번째 이유는, 빌려드릴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해와달>은 매달 말일이면 통장잔고를 제로로 만드는 까닭에 쌓아놓는 돈이 없고,
제 개인적으론, 저축을 할 수 있는 삶이 아니기에 모아놓는 돈이 거의 없습니다.
그냥 한 달 한 달 단위로, 하늘에서 내리는 <만나>를 사모(?)하며 히죽거리고 삽니다.

이런 저도 지금까지 몇 번인가, 다른 분에게 돈을 빌려드린 경우가 있었습니다.
하필, 새로 펴낸 성가집 인세 등으로 서울 출판사에서 특별한 보너스가 내려오거나 해서
몇 십만 원의 목돈을 손에 쥐게 되곤 하는 바로 그날, 저를 간절히 찾는 전화를 받습니다.
<해와달>의 독자라고 자신을 밝히고는, 훌쩍이며 사정을 이야기합니다.
"오늘 밤까지.... 50만원이 너무나 필요합니다. 목숨이 걸려 있는 문제입니다."
그 사연들은 그야말로 눈물 없인 못 들어줄 그런 딱한 사연입니다.

그런 사연의 전화를 받으면, 그만 제 약한 마음이 요동치고 흔들립니다.
주머니에 아무것도 없는 평소 같으면
"제가 가진 게 없어서 빌려드리고 싶어도 빌려드릴 수가 없습니다" 할 터인데
막상 수중에 봉투라도 하나 있으면 차마 그런 거짓말도 못합니다.
더욱이, 우리 <해와달>의 오랜 독자시라는데....
아니, 목숨이 걸려 있는 문제라는데... (왜 목숨이???)
게다가 그냥 무턱대고 "얼마를 도와주십시오" 하는 게 아니라
"나중에 꼭 갚을 테이니, 얼마를 좀 빌려 주십시오" 하고 나오면
더 마음이 약해집니다.    
다시 갚는다니까... 나중에 갚아준다니까...
오죽했으면 나 같은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였겠어?....
그야말로 차마 죽지 못해서 무수히 주저하다가 전화를 걸었을 거야....  

그래서 지난 10 여 년간, 제 개인적으로 돈을 빌려드린 분들이 몇 분 계셨습니다.
엄청 큰 돈은 아니고, 몇 십 만원 정도씩입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제게서 돈을 빌려 가신 분이 그것을 저에게 갚은 경우는.....
제 기억으로는.... 한 분도 없습니다. 단 한 분도....

돈은 도저히 형편이 안 되어서 못 갚을 수 있다손 치더라도
그래도 사람의 도리로서 가끔씩 연락이라도 해주시면 너무 고맙겠는데
아예 연락 두절입니다. 그것이 가장 마음 아픕니다.
돈 몇 푼 때문에, 관계 자체가 단절되는 것입니다.
그 얼마의 돈, 그것 없어도 저는 지금까지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며,  
그렇다고 제가 "그 돈 왜 안 갚느냐?"고 독촉을 할 마음도 없습니다.
그러니, 아주 가끔씩이라도 전화나 편지라도 주면,
서로의 안부나 나누면서, 또 서로를 격려할 수도 있을 터인데....


한편 2006년 4월과 5월에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글을 여러분과 나누었습니다.
<엉뚱한 표적>  <주님, 저들을 도와 주십시오>.... ** 글 내용은, 마지막에 첨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서 경제적인 파산 상태에 이르러 지금은 네 식구가 단칸방에서 힘겹게 살고 계시는, 전주에 사시는 박 선생님 가족 이야기였습니다.

그 달의 첫 번째의 방문도, 두 번째의 방문도,
이분들은 물질적인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저를 찾아오신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예전에도 한두 번 갈릴리마을을 다녀가셨고,
무엇보다 <해와달>의 오랜 독자셨기에, 두 내외분께서 갈릴리마을로
그냥 나들이를 오신 것이셨습니다.

두 번째로 방문하셨을 때는, 단지 첫 번째 방문 때 약속한
대한이 장난감 선물을, 대전 지나는 길에 전달하려고 들리신 것이었습니다.
그냥 선물만 받고 헤어질 수도 있었는데,
같이 저녁 식사나 하고 가시라고 붙잡았다가
식사를 하는 도중에 지금의 가정 상황을 제가 여쭙게 되었고,
참으로 절박한 당시 사정을 그제야 어렵게 털어놓으시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제 가방에 들어 있던 돈 봉투를 그분들에게 던진 것은
결코 그분들이 도움을 요청하여서가 아니라,
순전히 제 가슴 속에서 우러나온 자원함이었습니다.
불과 며칠 전, 매회 두 시간씩 8주간에 걸쳐 섬긴,
교회 내 평신도 성장프로그램의 사례를 교회로부터 전달받았는데,
단지 강의 사례 수준이 아니라 후원금까지 포함된 제법 큰돈이었습니다.
그것을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그분 가족들에게 던진 것입니다.
대신, 분명하게 말씀드렸습니다. 빌려드리는 것이라고!
가족들이 지금 준비하시는 그 요식업이 잘 되어서
제가 건네는 이 돈을 빨리 갚으실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그분들도 고개를 한없이 숙이며
“물론입니다. 반드시 갚겠습니다. 이 돈이 어떤 돈인데 안 갚겠습니까?” 하셨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두 달, 석 달, 넉 달.....
저는 진심으로 그분들 가족이 재기하게 되시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랬습니다.
빌려드린 돈을 빨리 받고 싶은 마음이란 손톱만큼도 없었습니다.
사실, 저는 그 돈을 언제 받을 수 있게 될지, 아니 정말 받을 수나 있을지
진심으로 확신이 없었습니다.
요즘 너도 나도 요식업에 뛰어드는 판에, 어찌 그 일이 쉬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까?
가장이신 박 선생께서는 “틀림없이 잘 될 겁니다” 하고 몇 번이고 확언하셨지만,
오히려 저는 세 번째의 방문 때 동행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를 준비한다는
그 아들을 따로 데리고 가서 단단히 타일렀습니다.

“아빠가 저렇게 확신을 하시지만,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방향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건 하나님께서 우리를 버리시거나 포기하신 게 절대 아니라는 것도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한다.
하나님의 깊은 계획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마라.
그래서 하는 말인데, 지금 저렇게 아빠가 큰소리는 치시지만,
지금 계획하는 그 일이 온 가족이 바라는 방향대로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네가 절대로 실망하거나 낙심하지 말기 바란다.
알았냐?
나하고 단단히 약속을 하자!”

그 총명하고 신실한 아들은 저에게 그러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5개월이 넘어도 그 가족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을 때
저는 이미 짐작을 하였습니다.
그들이 꿈꾸었던 그 요식업이 예상처럼 진행되지 않았음을...
어쩌면 힘겹게 빌려서 투자한 투자비와 제가 빌려드린 홍보비까지도 날리고,
전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까지 내려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빌려드린 돈이 문제가 아니라, 그들 가족들이 처해 있을 곤경이 눈에 선하여
자나 깨나 늘 걱정이 되었습니다.
제일 마음이 쓰였던 것은, 아무런 연락도 없는 그것이었습니다.
제가 제일 걱정하였던 바가 결국 벌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던 중, 6개월이 지났던 쯤인가...
마침내 전주의 박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제 예상대로, 당시 시작하셨던 그 일은, 결국 문을 닫으셨습니다.
빌렸던 돈을 갚지 못하여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하시기에
제가 진심으로 그것은 전혀 문제가 안 되다며,
어떻게든 다시 재기하셔야 한다고 격려를 드렸습니다.

마침내 1년이 넘었고, 이제는 1년 반이 넘었습니다.
다시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지난 번의 그 한번 전화가 전부였습니다.
가족들의 근황이 궁금하여 알아보고 싶어도,
그분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었지만, 제가 연락을 먼저 드리면 혹시라도
돈을 갚으라는 압력처럼 여기실까 먼저 전화를 걸 수도 없었습니다.

지난 10월 말, 제가 행정간사 민희에게
전주 박 선생님 가족 이야기를 꺼내며 그랬습니다.  
“민희야, 그분들이 내 돈은 못 갚아도 좋으니까,
제발 연락은 좀 해주셨으면 좋겠다.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그렇다고 아예 연락도 안 하면, 내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아.
지금까지 내 돈 빌려 가신 분들이 다 돈도 안 갚고 연락도 없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픈데, 전주의 그 가족만이라도 연락이 왔으면 좋겠다.
돈은 못 갚는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쯤인 며칠 전!
민희가 사무실로 걸려온 전화의 번호 하나를 저에게 건넸습니다.
두 번이나 나를 찾았는데, 제가 자리에 없어서,
오면 그쪽으로 전화를 드리도록 하겠다고 연락처를 받아두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전주에 산다하였고, 이름이 박아무개입니다. 화들짝 놀랐습니다.
저는 예전의 그 박 선생님 성함은 기억할 수가 없었기에
얼른 휴대폰에 저장된 <전주박선생>을 검색하였습니다.
그러나, 실망하고 말았습니다. 전화번호가 아닌 것입니다.

제가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이럴 수가! 바로 그 박 선생님이셨습니다.
그분이 엊그제부터 먼저 전화를 걸어와 간절히 저를 찾으신 것이었습니다.
아......... 이렇게 고마울 수가!  

전화를 걸어온 것도 고마운데, 게다가 그분이 이러십니다.
“간사님께 빌린 돈을 빨리 갚아드리고 싶었는데,
사실 그렇게 할 형편이 못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도 마침내 예전에 일했던 직장에 다시 들어가게 되었고,
집사람도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꺼번에는 갚지 못하지만, 매월 조금씩이라도 갚아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니 간사님 계좌번호를 좀 알려주십시오!”  

얼마나 기쁜 일인지 말입니다.
정말 맹세코, 저의 돈을 받게 되었다는 그것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이의 돈을 빌린 그분들이 그 돈을 <조금씩이라도> 갚겠다고 마음 먹으신
바로 그것이 너무도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꼭 목돈으로 한꺼번에 못 갚아도 됩니다.
문제는 사랑의 빚 외에는 어떤 빚도 <빚>은 절대 지지 않겠다는 의지이고,
혹 불가피하게 빚을 지게 되었으면 그것은 어떻게든 반드시 갚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졌느냐 하는 것입니다.
매월마다 단 천 원 이 천 원씩이라도 말입니다.
저는 한 가정의 가장이신 박 선생께서 자녀들에게
그러한 신실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시게 되기를 간절히 바랬는데,
저의 바람대로 된 그것이 기뻤습니다.

“네, 그럼요, 그럼요! 계좌번호를 가르쳐 드릴께요.
단 돈 천 원 씩이라도 좋으니, 조금씩 갚아나가시기를 바랍니다.
정말입니다. 세월이 오래 걸려도 정말 괜찮습니다.
하실 수 있는 만큼, 조금씩 조금씩 갚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저는 박선생님께서 이렇게 전화를 주신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고맙습니다.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박 선생께서 말미에 이런 기쁜 소식까지 전해 주십니다.
그 때 갈릴리마을에 같이 들렀던 그 아들이 공부를 열심히 잘 하여서
이번에 대학교 수시모집에 합격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성적 장학생으로 말입니다.
참으로 잘 된 일입니다.
그놈이 그럴 줄 알았습니다.

가정이 경제적으로 파산하게 된 것이 오히려 감사하다며,
예전에 좋은 집에서 잘 먹고 잘 살 때보다
단칸방에서 온 식구가 같이 힘겹게 지내는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며
제 앞에서 눈물이 그렁그렁하여 고백하였던 그놈입니다.

까짓거, 이렇게 된 거...
그 가정이 경제적으로도 다시 굳건하게 일어서서
저에게 빌려 가신 그 돈도 후딱 갚아 치우시고,
(그래서 마음의 집을 훌훌 터시고,)
이제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빌려주고, 나아가 그저 나누어 줄 수도 있는
그런 가정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아, 기분이 좋습니다.
연락이 온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돈을 갚는다는 말씀이 없으셨더라도, 충분히 충분히 감사하였을 것입니다.
진심입니다.
    

  *****************************


엉뚱한 표적

http://hae-dal.com/bbs/zboard.php?id=bbs4&page=15&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810

주님, 저들을 도와주십시오

http://hae-dal.com/bbs/zboard.php?id=bbs4&page=15&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