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집의 개는 어떻게 상(喪) 기간을 지낼까요? 슬픔과 애도로 정신이 없는 주인은 미처 개를 돌볼 겨를이 없고, 개는 배가 고파도 먹지 못하고 주인의 얼굴만 기웃거리는 상황일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하거나 실의에 빠진 사람들을 가리켜 '초상집 개{喪家之狗}' 같다고 합니다. 《공자가어(孔子家語)》나 《사기(史記)》〈공자세가(孔子世家)〉에서 출전을 찾을 수 있는 상가지구(喪家之狗)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공자가 정(鄭)나라에서 제자들과 떨어지게 되었는데, 공자를 찾아 나선 제자 자공(子貢)이 한 노인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당신 스승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동문밖에 이런 사람이 있었소. 형상이 이마는 요(堯)임금 같고, 목은 고요(皐陶;요순대의 신하로 법리에 밝아 법을 만들고 형벌제도를 제정함)같고, 어깨는 자산(子産;춘추 정나라 대부로 당대 정치의 달인)같고, 허리 아래는 우(禹;순에게서 왕위를 선양 받은 하(夏)왕조의 시조)임금보다 세치가 모자라는데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흡사 초상집 개같았소." 다시 만난 자공이 공자에게 이 말을 전하자, 공자는 웃으면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형상이 그렇지는 못하지만 초상집 개같다는 것은 과연 그렇구나." |
위대한 성인(聖人)의 자질과 덕(德)을 지닌 공자였지만, 당시 혼란한 춘추시대(春秋時代)의 난맥(亂脈) 속에서 자신의 사상을 펼치지 못한 그의 심정을 엿볼 수 있는 일화(逸話)입니다. 말년(末年)을 쓸쓸하게 제자들과 함께 보내다가 생을 마감했던 공자의 삶과 유사하게 전국시대(戰國時代)의 맹자(孟子) 역시 공자의 일생(一生)과 유사한 점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공자,맹자에서 출발된 유가사상(儒家思想)이 분서갱유(焚書坑儒)의 탄압을 겪으면서도 2000년 이상을 굳건하게 이어왔으니 공자나 맹자는 오히려 후대(後代)에 만들어진 성인이라 할 것입니다.
당(唐)나라 시대의 문장가(文章家) 한유(韓愈)가 지은 <사설(師說)>의 한 부분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옛 성인들은 보통 사람들과의 능력 차가 크게 나면서도 오히려 스승에게 묻고 배우려 했는데, 오늘날의 어리석은 사람들은 성인보다 부족함이 또한 크면서도 스승에게 배우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 그렇기에 성인이 더욱 성인다워 질수록 어리석은 사람들은 더욱 더 어리석어질 것이다.{聖益聖 愚益愚}"
공자, 맹자뿐만 아니라 석가나 예수 등 모든 인류의 성인들 역시 당시대(當時代)에는 대중(大衆)들과 고락(苦樂)을 함께 나누었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성인들의 사상과 가치를 차원 높고 어려운 것으로만 이해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대중과 함께 이어 오고 발전되어 온 성인들의 사상 역시 우리들 일상의 삶 속에 함께 할 때 그 사상의 참된 진리가 빛을 발할 것입니다.
한자(漢字)의 활용(活用) |
한자 |
독음 |
한 자 어(漢字語) 예 시(例示) |
喪 |
(상) |
복입다 - 初喪(초상), 喪服(상복), 喪輿(상여), 喪妻(상처), 冠婚喪祭(관혼상제) |
家 |
(가) |
집 - 家屋(가옥), 家家戶戶(가가호호), 家畜(가축), 家庭(가정), 家政(가정) |
之 |
(지) |
1) 가다, 2) 이르다, 3) 어조사 - 不識之無(불식지무), 一言以蔽之(일언이폐지) |
狗 |
(구) |
개 - 鷄鳴狗盜(계명구도), 羊頭狗肉(양두구육), 狡兎死走狗烹(교토사주구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