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에서 성인(聖人)이나 현인(賢人)으로 불리게 되는 인물들은 그 자신들의 뛰어난 자질 뿐 아니라 주변의 훌륭한 인물들을 잘 알아주고 인정했던 힘에 의해서 가능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인물들 가운데 이번에 소개하는 토포악발(吐哺握髮)의 주인공 주공(周公)은 성인(聖人)으로 칭송받을 수 있었던 그 이면에 이 고사에서 알게 되듯이 현인들과 함께 하려는 그의 자세에서 그 성인됨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주공(周公)이 자신을 찾아온 현인(賢人)을 극진히 영접하기 위해 식사 때나 머리 감을 때도 입에 먹은 것{哺}을 뱉어내고{吐}, 감던 머리{髮}를 움켜쥐고서{握}까지 나와 맞이했다."는 의미의 吐哺握髮, 혹은 토포착발(吐哺捉髮: 줄여서 토포(吐哺), 토악(吐握), 악발(握髮) 등으로도 쓰임). 결국 이러한 행동이 주공을 성인으로 일컫게 되는 것입니다. 아울러 주공(周公)의 토포악발과 같은 행동은 진정한 군자(君子:인격의 완성체로서의 군자)의 마음자세를 의미합니다. 곧 겸허(謙虛)하게 세상과 사람을 대하는 것이 진정한 군자의 도리(道理)인 것입니다.
吐哺握髮의 출전은 물론 주(周)나라 주공(周公)의 일화(逸話)에서 생겨난 것이지만, 그 후 여러 고전(古典)에서 많이 인용되었습니다. 《사기(史記)》의 〈노세가(魯世家)〉나 《여씨춘추(呂氏春秋)》〈근청(謹聽)〉, 《회남자(淮南子)》의 〈범론훈(氾論訓)〉등 다양한데, 여기서는 당(唐)나라의 문장가(文章家) 한유(韓愈)가 지은 <상재상제삼서(上宰相第三書)>에 사용된 내용을 일부 제시해 보겠습니다.
愈 聞周公之爲輔相 急於見賢也 方一食 三吐其哺 方一沐 三握其髮 當是時 天下之賢才 皆已擧用 姦邪讒녕欺負之徒 皆已除去 四海皆已無虞 .....{'녕'자는 人변에 ㅗ밑에 女를 쓴 자입니다. 의미는 아첨하다. 죄송합니다} 내가 듣기를 "주공은 천자를 보조함에 현인을 보는 것에 급선무를 두었다. 이제 한 번 밥먹을 때 세 번씩이나 먹은 것을 토해내고, 한 번 머리감을 때 세 번씩이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고 하니, 당시대에 천하의 현명한 인재는 모두 다 이미 등용되었고, 간사하며 모함하고 아첨하며 속이고 배반하는 무리들은 모두 다 이미 제거되어 온 세상에 근심이 없어졌다. ..... |
주공(周公:이름은 단(旦))은 중국 고대 주왕조(周王朝)의 시조 문왕(文王)의 아들이며 2대 무왕(武王)의 동생입니다. 무왕과 함께 은(殷)왕조의 주왕(紂王)을 쳐서 은왕조를 멸망시키고, 무왕의 아들 성왕(成王)을 도와 섭정(攝政)을 하면서 주왕조의 기초를 확립한 인물로 유명합니다. 또한 봉건제(封建制)를 실시하여 주왕실의 수비(守備)를 공고하게 하는 한편, 예악(禮樂)과 법도(法度)를 제정하여 주왕실(周王室) 특유의 제도문물을 완성했던 인물입니다. 특히 유가사상(儒家思想)에서 주공(周公)을 성인으로 숭상(崇尙)하는데, 춘추시대(春秋時代) 공자(孔子)는 노(魯)나라의 시조이기도 했던 주공(周公)의 문물제도를 이상으로 삼고 혼란한 세태를 극복해 그의 업적을 재현하려 애썼습니다. 《논어(論語)》〈술이편(述而篇)〉에 "내가 심히 노쇠했구나! 이토록 오랫동안 내 다시 꿈에서 주공을 뵙지 못하는구나.{子曰 甚矣 吾衰也. 久矣 吾不復夢見周公}"라고 할 정도로 주공(周公)에 대한 추앙(推仰)은 공자를 존재하게 된 기반이 되기까지 합니다.
자기 과시(誇示)가 아닌 겸손한 자세로 타인과의 조화로운 삶의 운영이야 말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일 뿐 아니라 인생의 완성을 이루는 역정(歷程)일 것입니다. 이제 "오이 밭에서는 신발을 신지 않고,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을 바로잡지 않는다.{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는 고사의 출전인 《문선(文選)》악부(樂府:민가성(民歌性) 시체(詩體)) [고사(古辭)] 네 수 가운데 〈군자행(君子行)〉의 시(詩)를 통해서 진정한 군자(君子)의 본바탕을 되새겨 보시기 바랍니다.
君子防未然(군자방미연), / 不處嫌疑間(불처혐의간). 군자는 미연을 방지해, / 혐의의 사이에 처하지 않는다. 瓜田不納履(과전불납리), / 李下不整冠(이하부정관). 오이밭에서 신을 신지 않고, /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바로잡지 않는다. 嫂叔不親授(수숙불친수), / 長幼不比肩(장유불비견). 제수와 시아주버니는 손수 주고 받지 않고, / 어른과 아이는 어깨를 견주지 않는다. 勞謙得其柄(노겸득기병), / 和光甚獨難(화광심독난). 겸손에 힘써 그 바탕을 얻어, / 세상에 어울리기는 심히 유독 어렵도다. 周公下白屋(주공하백옥), / 吐哺不及餐(토포불급찬). 주공은 천한 집에도 몸을 낮추고, / 먹은 것 토해내며 제대로 밥먹지 못했네. 一沐三握髮(일목삼악발), / 後世稱聖賢(후세칭성현). 한 번 머리 감을 때 세 번 머리를 움켜쥐어, / 후세에 성현이라 일컫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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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漢字)의 활용(活用) |
한자 |
독음 |
한 자 어(漢字語) 예 시(例示) |
吐 |
(토) |
1) 토하다 - 吐逆(토역), 吐瀉(토사), 甘呑苦吐(감탄고토), 2) 드러내다 - 吐露(토로) |
哺 |
(포) |
먹다,먹이다 - 哺乳動物(포유동물), 反哺之孝(반포지효: 부모 봉양) |
握 |
(악) |
(손에)쥐다, 손아귀 - 握手(악수) 握力(악력) 把握(파악) 掌握(장악) |
髮 |
(발) |
머리터럭 - 頭髮(두발) 金髮(금발) 削髮(삭발) 身體髮膚(신체발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