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中毒)이란 단어의 정의는 1. 생체가 음식물이나 약물의 독성에 의하여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일, 2. 술이나 마약 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 3.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 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이상 네이버 사전 참조)라고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중독이란 말은 대부분 상대적으로 나쁜 경우에 많이 쓰였던 것 같다. 보통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반복했던 행동이 나중에는 무의식적으로 행하게 될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득이 되거나 주변 사람을 즐겁게 해 준다면 좀 과장해서 득도를 했다고 말할 수 있겠으며, 그 반대의 경우에는 말 그대로 중독이 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일을 하도 열심히 해서 일 중독자라는 별명을 얻은 사람이 그다지 부럽지 않은 것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보통 온라인 쇼핑 등을 통해 물건을 구입하게 되면 대부분의 상품이 "뽁뽁이", 좀 유식하게 표현하자면 "에어캡"이라는 것에 포장돼 오게 된다. 물론 물건을 받았다는 기쁨에 그 이외의 것에는 전혀 신경 쓰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조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상품과 더불어 그 뽁뽁이라고 불리는 것을 소홀히 취급하지 않는다. 도대체 왜? 무슨 이유로 한낮 보잘 것 없는 포장재를 그냥 버리지 않고 챙기는 것인가… 그건 해 본 사람만이 아는, 바로 뽁뽁이만이 제공해 주는 무아지경의 세계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한 알 한 알을 터뜨릴 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는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심오한 테이스트를 제공해준다. 좀 숙련된 사람이라면 음악에 맞춰 터뜨리기도 하고 연쇄 콤보로 터뜨리기를 즐기기도 한다. 또 자신의 몸무게가 극히 가볍다면 지압용으로 사용해도 무방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언제나 상품에 딸려오는 뽁뽁이는 극히 한정이 되어있다는 안타까운 현실… 이런 아쉬움이 비단 대한민국만의 일은 아니었나 보다.
이런 뽁뽁이 중독자를 위한 엄청난 상품이 옆 섬나라에서 출시되고 말았는데. 그 이름도 거창하야 바로 "무한 푸치푸치(뽁뽁)"다. 패키지 구성은 그다지 무한하지 않아 본체와 설명서가 전부이지만 뭐 이게 그리 중요한 일이겠는가. 조그마한 사각형 위에 8개의 조그마한 버튼들이 달려있다. 참 심플하기도 한 이 녀석이 무한정으로 뽁뽁이의 쾌감을 느끼게 해 준단다. 그럼 일단 어떻게 작동하는지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처음에 조작하기 전에 반드시 본체 뒷면의 하얀색 리셋 버튼을 눌러주도록 하자. 카운터를 초기화하기 위함인데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이야기하도록 하고 일단 리셋 버튼을 눌렀으면 그 다음부터는 마음가는 대로 정면의 8개 버튼을 눌러주기만 하면 된다. 허무하다고 생각하는가? 뭐 어쩌겠는가… 원래 뽁뽁이는 허무한 것인 것을. 버튼을 누를 때마다 뒤쪽의 스피커에서 기포가 터지는 소리가 나는데 여기서 일반 뽁뽁이와의 차별화를 꾀하였는지는 몰라도 100번을 누를 때마다 개 짖는 소리, 방귀 소리, 섹시 보이스, 벨 소리 등이 무작위로 나게 된다. 참고로 10번을 누르고 한동안 안 눌렀다면 그게 그대로 메모리가 되어서 후에 90번을 더 누르게 되면 랜덤 보이스가 나온다.
참고로 제품 매뉴얼에는 이 보이스 기능을 살린 게임도 소개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여러 명이 둘러 앉아 돌아가면서 1~10까지 원하는 만큼 버튼을 누르고 랜덤 보이스가 나오게 되면 그 사람이 벌칙을 받는 게임 안내가 적혀 있다. 정말 여럿이 모였는데도 정말 할 일이 없을 경우에만 게임을 했으면 하길 바란다. 만나서 이런 게임밖에 할 게 없는 사이라면 앞으로의 만남은 가급적 자제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아무튼 참으로 눈물 나는 팬 서비스가 아닐 수 없다. 제품의 크기는 비교적 작은 편이라 핸드폰 스트랩이나 열쇠고리로 사용해도 무방하며, 배터리는 LR41 2개가 들어간다.
건전지만 교체해 준다면 무덤까지도 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 영구성을 자랑하는 "무한 푸치푸치". 그렇다면 과연이 제품은 실제 뽁뽁이의 어디까지 근접하여 있는 것일까. 솔직한 생각으로는 제품명에서 보이는 "무한"이라는 것 외에는 아직 부족함이 많은 제품인 것 같다. 초기작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실제 뽁뽁이로 가는 길은 아직도 험난해 보인다. 일단 스피커에서 나오는 기포 터지는 음향이 너무 작다. 매너를 지키라고 그렇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웬만큼 조용한 곳이 아니라면 소리를 듣기가 힘들다. 오히려 스피커 출력을 2단계로 조절이 가능했다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또 누르는 감촉이 너무 빡빡하여 실제 뽁뽁이의 그것과 한참 동떨어져있으며, 연속 콤보 터뜨리기가 불가능하다는 것도 불만스러운 점이었다.
물론 계속 가지고 놀아본 결과, 어느 정도의 중독성은 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무한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 "무한"이라는 게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는 것. 실생활에서 뽁뽁이는 어느 정도 한정이 되어 있는 탓에 폐인으로의 찬란한 길을 방지할 수가 있지만, 이 "무한 푸치푸치"는 그렇지 않다. 아무 생각 없이 멍해지고 혼이 빠져나가는 것 같으며 결국에는 자아상실의 거룩한 세계로의 입문이 한결 수월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인드 컨트롤에 취약한 사람들은 그냥 간간히 손에 들어오는 뽁뽁이로 외로움을 달래도록 하고 이 제품엔 눈길도 주지 않도록 하자(제품 패키지의 캐릭터만 보더라도 얼마나 위험한 제품인지 알 수가 있다. 벌써 일본에서만 100만개가 팔렸다고 하니 일본의 미래는 과연 어찌될 것인지…) 어쨌든 간만에 제법 참신한 제품을 보게 된 것 같다. 진정한 뽁뽁이로의 길은 아직 멀었지만 조금만 보완이 된다면 "전 국민 폐인화"에 크게 기여할 제품이 될 듯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