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DJ |
언제까지나 먼 미래의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지는 기술들이 있습니다. 전자잉크니 e-book이니 하는 말들도 아직까지 대중에게는 생소한 용어죠.
하지만 지난 해 소니가 선보인 PRS-500은 e-book의 꽤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제품이 출시된 미국은 물론 물 건너 한국의 매니아들에게까지 크게 어필한 바 있습니다. 현재 출시 되었거나 출시 예정인 많은 e-book 장치들이 PRS-500을 교과서처럼 벤치마크 하고 있으며, 소니의 후속 기종인 PRS-505 역시 PRS-500과 사양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출시일은 꽤 지났지만, 그만큼 PRS-500이 혁신적이고 기본에 충실한 제품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소니 PRS-500은 다른 e-book 장치들과 마찬가지로 'e-ink'라 불리는 전자잉크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e-ink' 기술은 미세한 캡슐이 실제 잉크처럼 움직여 화면을 구성하기 때문에 백라이트 없이도 디스플레이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백라이트가 필수적인 LCD에 비해 같은 배터리로 훨씬 긴 시간을 사용할 수 있고, 일반 종이 인쇄물을 읽는 것처럼 편안한 가독성을 제공합니다. 아울러 실제 책이 그러하듯이 태양광 아래서도 가독성을 떨어뜨리지 않아 말 그대로 e-book을 구현하기에 안성맞춤인 기술입니다.
PRS-500은 800x600 해상도의 6인치 디스플레이에 약 7,500 페이지의 문서를 표시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 사용 시간을 '몇 시간'으로 표기하지 않고, '페이지 수'로 표기하는 이유가 바로 표시된 화면을 유지하는데 배터리가 거의 소모되지 않는 e-ink의 특수성 때문입니다. 배터리는 5.2V 어댑터나 USB 케이블을 이용해 충전할 수 있으며, 완충까지 약 4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지원 형식은 자체적인 BBeB(BroadBand eBook) LRF, LRX 외에 PDF, TXT, DOC, RTF 등 문서 파일과 JPEG, BMP, PNG, GIF의 이미지 파일, 그리고 MP3 파일을 지원합니다. 즉, PRS-500을 이용해 이미지를 보거나(물론 4 레벨 그레이입니다), MP3 파일을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
흔히 e-book의 지원 형식 중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PDF 지원 여부인데, PRS-500은 PDF를 기본적으로 지원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냥 PDF 파일을 넣는 것만으로는 표시되는 글자 크기가 너무 작아 문서 내용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기기의 프로세싱 능력이 뛰어나 PDF 형식을 자유롭게 확대/축소할 수 있다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PRS-500을 비롯한 e-book 장치들의 프로세서는 100MHz 수준으로 낮기 때문에 이런 기능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PRS-500의 확대/축소 기능도 사실상 유명무실할 정도로 효과가 미미합니다.
▲ 가독성 높은 LRF 형식의 문서
▲ PDF 문서를 변환 없이 그냥 넣은 경우. 거의 알아보기 힘들고 눈이 아프다
따라서 이렇게 일일이 변환을 해서 읽히는 수준이라면 기기에서 PDF 형식을 지원한다는 것 자체는 별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아마도 PRS-500 이후의 다른 기기들을 평가할 때도 PDF 형식을 지원하는 것 자체에 목 매기 보다는, 확대/축소 기능이 지원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이런 활용이 자유롭지 못할 바에는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PDF 파일을 자체적인 XML 기반의 파일 형식으로 변환해주는 툴을 개발해 배포하는 것이 현명해 보입니다. 다행히 PRS-500은 누군가가 만들어 배포한 비공식 PDF to LRF 변환 툴이 있어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 줍니다.
▲ LRF로 변환해 넣은 PDF 문서. 한글 폰트도 매우 잘 읽힌다
▲ 변환툴은 단순히 LRF로 변환하는 것 뿐 아니라, 여백을 자르고 가로-세로 전환도 시켜준다
한편 소니는 커넥트라는 웹 사이트와 전용 매니저 프로그램을 통해 자사의 e-book 기기에서 읽을 수 있는 유료 컨텐츠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소니의 유료 컨텐츠는 암호화된 BBeB 형식으로 약 $7 ~ $12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으며 실제 책을 구입하는 것 보다 약 $1~2 정도 저렴한 가격을 보장합니다. 다만 커넥트를 통해 구매할 수 있는 유료 컨텐츠는 대부분 영어 원서로 한정적이고, 컨텐츠의 절대적인 양도 곧 '아마존 킨들'을 출시할 아마존닷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PRS-500은 이렇게 유료 컨텐츠를 구독할 수 있다는 점 이외의 부분에서 큰 매력을 가진 기기입니다. 앞서 말한 PDF to LRF 변환 프로그램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세계의 적극적인 사용자들은 PRS-500의 펌웨어를 수정하여 주요 폰트와 아이콘을 바꿀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본래 다국어 지원이 안 되는 PRS-500에게 날개를 달아 줬습니다. 펌웨어를 해킹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며, 혹시 모를 '벽돌 사태'에 대비해 원래의 펌웨어로 쉽게 돌릴 수 있도록 펌웨어 버전을 낮게 표시하는 꼼수도 부렸습니다. 아울러 만화책 스캔 파일을 PRS-500에서 읽기 좋은 형태(LRF)로 변환해주는 툴도 개발되었으며, 점차 더 많은 기능과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툴들이 배포되고 있습니다.
▲ 원본 펌웨어. 한글이 깨지고 아이콘이 단순
▲ 맑은고딕 폰트를 넣어 해킹한 펌웨어. 한글이 제대로 표시되고 아이콘도 변화
▲ HY중고딕 폰트를 이용하면, 한글, 한자, 일본어 모두 정상 표시된다
▲ JPG to LRF 변환기를 이용해 넣은 만화책
정식 출시도 되지 않은 한국에서 PRS-500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아직도 끊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PDA나 PMP의 작은 디스플레이로 눈 비벼 가며 문서나 만화책을 보던 사용자라면, PRS-500의 읽히는 느낌에 반하게 됩니다.
e-ink의 특징상 화면 전환 속도가 다소 느리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실제 종이 책을 넘기는 기분이라 생각하면 크게 불만족스러운 부분은 아닙니다. 이후 차차 표현 색상이 다양해지고 응답 속도가 빨라지면, e-book의 본격적인 전성시대가 열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많은 업체들이 계속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내야하고, 가격도 더 현실화되어야 하겠죠. 이런 측면에서 아마존의 시장 참여는 매우 반가운 소식입니다.
PRS-500은 현재 단종되었으며, 후속 모델 PRS-505가 판매중입니다. PRS-505는 현재 무료 인쇄(Engraving)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군요.
가격은 둘 다 $350입니다.
[PRS-500의 장점]
e-ink 특유의 가독성
다양한 해킹 및 변환 툴을 이용한 활용
긴 배터리 사용 시간
USB 충전 지원, SD 카드 확장 가능 등
[PRS-500의 단점]
화면 전환 속도가 느림
PDF 문서를 그냥 보기에는 가독성이 떨어짐 (확대/축소 기능 한계)
비싼 가격
한국에서 구하기 힘듦
[LINK]
소니 e-book 제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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