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노래]/테마스토리

[우리동네] 세 배우가 아까운 ‘어설픈 스릴러’

기쁨조미료25 2007. 11. 23. 18:24

우리동네

다음 주 29일 개봉을 앞둔 영화 [우리동네]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면, 그건 아마 이 영화에 출연한 세 명의
배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뮤지컬 배우로 인기를 얻으며 [신돈]과 [포도밭 그 사나이],
그리고 현재 사극 [왕과나] 의 주연을 따 내며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는 오만석]과 역시 무대에서
내공을 쌓아 올리며 최근 [커피 프린스 1호점]으로 인기를 쌓은 이선균. 그리고 이미 많은 영화를
통해 아역 배우로 입지를 다지고 앞으로 성장이 가장 기대되는 남자 배우 중의 하나인 류덕환.
세 배우의 조합만으로도, 그들이 선택했다는 이유 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주목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였다.


우리동네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으로부터,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또 어떠한 위험에 처하게 될 지 모른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싶어했던 듯’한 이 영화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고 난 뒤 ‘어설프다’라는 표현이 생각나는 영화
였다. ‘잔혹 스릴러’를 표방하는 [우리동네]는 한 건의 연쇄 살인으로부터 시작한다. 약 한 달의 간격으로
이어지는 네 건의 살인, 그리고 그 이후 벌어지는 모방 범죄들은 애초에 범인을 밝히고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김전일’식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이들이 ‘어째서 살인을 저지르는가’에 좀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영화 시작 전, 무대 인사에서 감독이 강조 했듯 ‘스펙터클이 넘치는 스릴러’ 장르는 아닌 것이다. 이 사건을
쫓는 형사(이선균)와 그의 친구 경주(오만석). 그리고 학교 근처에서 문방구를 운영하는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반듯한 효이(류덕환). 세 인물의 관계는 십 여 년 전에서 지금까지 그 고리를 단단히 하며 내려오고,
이는 결국 살인을 부르고 또 부른다.

[우리동네]는 초반부터 다소 어설프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다소 산만하게 살인 사건과 이를 뒤쫓는 형사의
모습이 이어졌고, 그 다음에 이어지는 에피소드들의 연결 고리는 유기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들게 했다.
무엇보다 중반 이후에 다소 제자리를 찾아가는가 싶었던 이야기들 또한 자리를 잡는 동시에 단순해 지면서
스릴러 장르가 가질 수 있는 ‘호기심’의 매력을 반감시키고 만다. 또한 복수가 복수를 부르고, 결국은 영원한
뫼비우스의 띠 처럼 이들의 관계가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돌고 또 돌아감에 따라 이야기의 구조는 밋밋해
지고 만다. 그리고 그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이미 기존의 영화에서 많이 이야기 되었던 것인 만큼 신선하
다거나 무언가를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지난 영화들의 되새김질처럼 보이게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결국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이 영화의 메시지는 그래서 설득력이 많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영화 초반에 나왔던 대사처럼, ‘쓸데없이 잔인한’ 장면들이 다소 보인다. 연쇄 살인을 소재로 삼고
있으면서도, 그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라던 감독의 의도가 영화에 녹아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장르에 맞추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다소 과하게 살인의 장면들이 길게 늘어졌고, 그래서 주인공들
심리 상태를 대변하는 살인 사건의 임팩트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더불어 재미를 보장 해야 한다는
것에도 의식을 했는지 웃음을 유발하려는 부분들이 너무 도드라졌다. 물론 그 부분이 재미있기는 했지만,
오히려 극의 흐름을 깨는 순간들이 몇 보였다.

더욱이 마지막 장면의 음악은 오히려 극의 긴장감이 극대화 되어야 할 시점임에도 맥이 빠지는 듯 한 느낌을
주었다.

기존 영화들의 코드를 일부 답습하고 있고, 이야기의 동기가 약해 그 결말 마저 설득력이 많이 떨어지는
[우리동네]는 기대감에 비해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영화였다. 다만 제 캐릭터에 잘 맞는 모습들을 보여 준
배우들에게만은 적당한 점수를 주고 싶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그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인 경주 역을 맡은
오만석은 아직은 다소 ‘무대 위의 연기’ 분위기가 없지 않은 듯 느껴지긴 해도 [왕과나]의 역할 보다는 훨씬
더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게 하며, 이선균의 형사 연기 또한 이미지나 성격에 매우 잘 맞는 듯 보인다.
가장 극단을 오가는 연기라 할 만한 효이를 맡은 류덕환 또한 기존의 ‘선한 소년’의 이미지를 벗어 던지기에
충분한 연기를 보여준다. 만약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영화 자체의 질 보다는 아무래도 이 세 배우의
힘이 클 것이라 생각한다.

[세븐데이즈]와 [베오울프]의 호평 속에서 [우리동네]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이 영화의 흥행 성적표가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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