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의 찡그린 얼굴(題東施效嚬圖)
푸른 치마 곱사등이 저 여자가 누구더냐 저라산(苧羅山) 밑 감호(鑑湖) 가에 살던 여자네
봉두난발 붉은 머리 꾸불꾸불 흩어지고 삐뚤삐뚤 성긴 이빨 퍼렇게 드러나네
몸에는 때 끼어 서 말은 족히 되고 방안에 쌓인 먼지 천 섬이 넘네
등에는 옴딱지 두꺼비 족속이요 턱밑 살 늘어져 바다 새 무리로다
길가에 나서면 놀림받기 일쑤이고 문간에 들어서면 개들마저 짖어대네
더러운 그 꼴에 맘씨까지 곧지 못해 바람 앞에 맵시 내며 기지개 펴는 그 꼴이란
콧부리는 부풀어 당긴 활의 형상이요 눈썹 끝은 찌푸려져 도깨비 트림하네
용감한 자 손벽 치고 겁 많은 자 달아나니 구자마모(九子魔母) 귀신이 이 얼굴에 내려온 듯
자기 동네 서쪽에 서시(西施)가 살아 그에게서 배웠다고 제딴엔 말하지만
서시 볼래 아름다워 찡그림도 고왔으나 네 얼굴의 찡그림은 본 얼굴만 못하도다.
아! 찡그림 흉내냄이 어찌 너뿐이랴 세상에 이런 일 나는 많이 보았노라
강좌(江左)사람 모두 다 굽 높은 신 신었는고 업하사람 모두 다 절각건(折角巾) 썼었지
호랑이 그리다 따오기 되어도 뻔뻔스레 부끄럼도 모르는데 가는 허리 긴 달비 어찌 족히 나무라랴
한단(邯鄲)의 걸음걸이 수릉(壽陵) 것만 못하였고 우맹(優孟)의 변장술도 손숙오(孫叔敖)는 못되느니
태어날 때 체질은 제각기 다르건대 어이하여 남만 따르고 나를 버리려느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