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토양
팔레스틴 토양의 기본 구분도 지형 구분과 대략적으로 일치한다. 해안 평야는 대부분 퇴적암으로 되어 있다. 팔레스틴 남부의
소위 네게브 지역의 광야들은 암염(岩鹽) 또는 붉고 노란 돌들과 바위 덩어리로 되어 있다. 한편 팔레스틴 동부를 이루고 있는 아라비아 광야는
모래 벌판으로 된 전형적인 사막 지대의 토양은 대부분 석회암(limestone) 또는 백악(白堊,chalk)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팔레스틴
토양의 특징은 결국 석회암 토양의 특징이라 하겠다. 석회암은 비교적 단단하며 흙으로 잘 부서지지 않지만, 일단 흙이 되면 매우 비옥하다. 따라서
비교적 유년기 지형의 특색을 보이는 팔레스틴 지방의 토양은 그 면적이 좁으나 비옥한 편이다. 한편 석회암은 빗물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일단
비가와도 대부분 땅 속으로 스며들며 지표에는 물이 곧 마르게 된다. 반면 지하수가 풍부하여 팔레스틴 생활에서는 고대로부터 우물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또한 석회암은 빗물에 잘 녹으므로 팔레스틴 전역에는 이런 천연의 침식 동굴이 많이 있다. 그리하여 창고, 묘지 등으로 생활과
밀접하게 사용되었는데, 이에 관련된 성경 기록도 많다.
2) 기후
팔레스틴은 북위 30도와 33도 사이에 위치한 아열대 지방이며, 또 지중해와 인접한 연고로 전반적으로는 소위 지중해성
기후의 특징을 갖고 있다. 팔레스틴 기후의 가장 큰 특징은 사계절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고 대신 건기와 우기의 구분이 있는 점이라 하겠다. 건기는
4월에서 9월까지의 6개월간이며, 우기는 10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이다. 기후의 중요 요소는 기온, 바람, 강우량 등이 되겠으나 본서에서는
건기와 우기로 나누어 전반적 요소를 동시에 고찰하려 한다. 한편 팔레스틴에서는 비가 가장 많이 오는 1-2월 경을 겨울, 반대로 가장
뜨거운 7-9월을 여름이라 한다. 물론 이는 소위 온대 지방의 4계절 구분과는 약간 개념이 다르다.
(1) 건기의 기후
건기는 대략 4월에서 9월까지의 기간이다. 4월 초에는 소위 늦은 비, 9월 중순 이후부터는 이른
비라 하는 약간의 비가 내리기도 하지만 5월에서 9월 초순까지는 거의 전 지역에 전혀 비가 내리지 않는다. 따라서 해변 지역을 제외하면 습기가
전혀 없어서 구름도 거의 없이 맑고 청명하다. 실제로 근동 지방은 전 지구상에서 태양열 반사량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본다면 7월-9월 경의 여름 평균 기온은 20℃-28℃사이이다. 이 평균치로 보면 별로
더운것 같지 않지만 한낮 최고 온도가 35℃-40℃에 육박하는 일도 가끔 있다. 또 워낙 일교차가 심하므로 여름철에도 한밤에는 얇고 긴 털옷이
필수품이 될 정도이다. 물론 기온은 같은 시각에도 지역에 따라 다르다. 여리고와 사해 근방 그리고 아라바 광야 등의 요단 협곡 지대가 특히
무더워서 35℃-40℃를 오르내리는 것이 다반사이다.
한편 5-8월까지는 대개 서북풍이, 9-10월 경에는 주로 동남풍이 불면서 더위를 몰고 온다. 반면 우기의
비를 몰고 오는 바람은 서풍 또는 서남풍이다(눅 12:54-55; 욥 37:9), 또 연중 가끔씩 헬몬산 이북에서 비교적 찬 북풍이 불 때도
있고, 비교적 따뜻한 남풍이 남방 네게브 쪽에서 불어 오기도 하나 뚜렷이 구분지을 만한 계절풍이 팔레스틴에는 없다.
바람 중에서 특히 사막 쪽에서 불어 오는 동풍은 모래 먼지와 건조한 더위를 몰고 오기 때문에 몸에 아주
해롭다. 이런 동남풍이 부는 날씨를 아라비아어로 '함신'이라 하는데, 이는 50이라는 말이다. 즉 이런 날씨가 대략 년 50일간 계속되는 데서
나온 이름이다. 팔레스틴에서는 이런 '함신'이 건기 후반부에 주로 발생한다. 이런 날씨에는 비록 덥지만 몸을 노출하는 것보다 얇은 천으로 얼굴은
물론 온몸을 가볍게 가리는 것이 오히려 더 좋다. 따라서 이런 기간에는 전형적인 사막인의 복장과 같은 유형의 차림새를 하고 다니는 것이
보통이다. 또한 팔레스틴인의 기후를 논할 때 중요한 요소의 하나가 이슬(dew)이다. 주로 지중해와 요단강의 습기가 심한 일교차로 인하여 이슬로
되는데, 팔레스틴에서는 연간 260일 내린다. 그 중 농경과 삼림에 도움을 줄 정도의 이슬은 200일 정도 내린다. 이 이슬로 인하여 거의
6개월 간이나 계속되는 건기에도 목축과 농경에 도움을 주는 최소한의 수분이 확보된다. 지중해와 고원 지대에는 비교적 많은 이슬이 내리나 요단
계곡에는 그 양이 적다. 만약 이 이슬마저 내리지 않는다면 가뭄의 피해는 더욱 가중된다(왕상 17:1).
이상의 사실에서 우리는 기상관측 기술이 없었던 B.C.15세기 -A.D.1세기 경의 소위 성경 시대의 생활에
있어서는 긴 건조기 동안의 물확보가 매우 중요했었음을 알 수 있다.
(2) 우기의 기후
우기는 대략 10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의 기간이다. 사실 팔레스틴은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 속하여 연중 강우량이
주변 지역보다는 양호하고 요단강 등의 하전이 있지만, 넓게 보면 팔레스틴 특히 남부 지역은 전 지구에 걸친 건조 지대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어쨌든 팔레스틴의 연평균 강우량은 대략 600mm이다. 그러나 이는 그야말로 평균치에 불과하다. 어떤 해에는 1200mm이상의 비가
오는가 하면 또 어떤 해에는 고작 100mm의 비가 내리는 등 변화가 심하다. 여기에다 팔레스틴의 지형이 대개가 구릉 지대이고 수분 흡수가
잘되는 석회암으로 되어 있어 물 보존력이 약하다. 이러한 이유들이 복합 작용을 하여 팔레스틴에는 극심한 가뭄이 수년씩 계속되는 수가 많다.
따라서 이런 가뭄의 기사는 성경 도처에서 발견된다(창 26:11; 렘 14:2-6).
또한 우기라고 해서 6개월간 고르게 비가 오는 것은 아니다. 이른 비라 하여 9월 중순에서 10월 경에 비가
조금 내리고, 늦은 비라 하여 3,4월 경에 또 비가 조금 내린다. 이 이른 비와 늦은 비는 농경에 매우 유용하다. 반면 대부분의
비는 12-2월 경에 내리는데, 그것도 한번 내리기 시작하면 단시일 내에 집중 호우로 내리고 그쳐 버린다. 사마리아와 유대 지역 등 팔레스틴의
주요 주거 지역의 강우 일수는 약 50일이다. 하편 우기의 기온은 가장 추운 1월을 기준으로 볼 때 기온 변동이 별로 없는 지중해 연안이
11℃-20℃이고 유다 산지의 예루살렘이 5℃-12℃사이이다. 따라서 한 겨울이라 해도 온대 지방의 봄날씨 정도로 포근하다. 그렇지만 비가 올
때면 바람이 심하게 불어 기온이 급강하하며, 또 우박과 천둥 번개가 동반되기도 한다.
다음 지도와 도표는 이상의 개략적 설명을 보다 더 요약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