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라파떼'의 전설을 안고 사는 의지의 女人
그녀의 끈질긴 생명력은 척박한 이곳 깔라파떼에 흙을 일구고 씨를 뿌리며 눈물로 지은 밥을 먹으며 마침내 바람의 땅 아르헨티노호수 곁 꽃을 피웠다. 나는 그녀를 만나면서 오래전에 만났던 누이처럼 반가워했는데 그녀는 내게 깔라파떼를 알게 해 준 장본인이었다. 우리들에게 잊혀지고 일반인에게 관심도 없는 이 땅에 대한민국에서 건너간 한 여인이 살고 있다는 것은 분명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만 했다. 그녀는 우리가 남미일주를 계획한다고 하자 기꺼이 짬을 내어 멜로 상세한 답변을 해 주었고 여행을 하는 동안 지친 마음을 잘도 추스려주었는데 그녀가 운영하는 호텔에서 먹은 저녁은 너무도 황홀했다. 그녀가 내 놓은 반찬은 모두 우리들에게 친숙한 나물과 쌀로 지은 밥이었고 참기름과 들기름으로 무친 나물들은 이역만리異域萬里 타향의 모습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었다.
Boramirang 함께 가는 南美旅行65
그녀는 1998년 IMF로 남편의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수중에 남아있는 돈 얼마간을 쥐고 무작정 오빠가 있는 아르헨티나로 떠났다. 그녀의 오빠는 이민1세대로 이미 아르헨티나에서는 기반을 다진 사람이었고 여동생의 아픈사연을 너무도 잘알고 있었으므로 무조건 이 낮선땅으로 불러냈다.
그녀도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한인지역에서 대부분의 한인들이 그러했던 것 처럼 옷장사를 시작했다. 젖먹이를 좁은 가게에서 기르며 겨우 기반을 잡았는가 했는데 정확히 5년후에 아르헨티나에도 IMF가 찾아왔다. 그녀는 억세게 재수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가는 곳마다 IMF가 따라다니나...!
그녀는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나도 그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의 아픈과거를 떠 올려 보려고 했지만 무용담 정도로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어엿한 호텔 주인으로 이곳 아르헨티나의 깔라파떼에서 튼튼히 뿌리내린 자랑스러운 한인이었기 때문이다.
이곳 깔라파떼에 처음 올 때만해도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살지 않았다. 당시만해도 2000여명이 살고 있는 너무도 작은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수만명이 살고 있는 꽤 큰 도시로 탈바꿈 했는데 주요인은 이 근처에 있는 천혜의 관광자원때문이었다. 빼리또모레노나 엘찰튼의 피츠로이나 또레델 파이네 등이 그 아름다움이 알려지자 세계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 때문에 성수기에는 방을 구하지 못할 정도로 붐비는 곳이다.
그녀의 간절한 기도가 하늘까지 닿았을까? 그녀가 형제들의 도움을 받아 시작한 호텔사업으로 재기에 성공한 그녀는 수입이 생길 때마다 이곳에 재투자하여 이곳에서는 유력한 사업가중의 한사람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깔라파테 구 공항의 땅을 매입하는데 성공하여 아르헨티노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구공항청사가 있던 자리에 또다른 호텔의 신축을 시작했고 밤낮없이 공사를 한 결과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럼에도 그녀의 걱정은 외동딸의 교육문제로 딸이 성장하면서 겪는 이곳의 '텃새'를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곧 한국으로 귀국시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전통을 알려주고 싶은것이 또한 작은 꿈이었다. 인디오를 쏙빼 닮은 자그마한 체구의 그녀는 경상도식 스페인어(억양)를 구사하며 손님을 맞이하는데 세계최고의 VIP들이 해마다 잊지 않고 찾아 와 주는데 대단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하여 그 이야기를 전해듣는것만 해도 어깨가 으쓱여졌다.
걸어서 10여분이면 원하는 장소에 금방이라도 도착할 수 있는 이 도시에는 뽀사다호텔같은 유명한 호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섯동의 호텔방에 방이 없어서 손님을 받지 못할정도로 호황을 누리는 이곳에 괜찮은 레스토랑 하나쯤 있으면 제격이라고 한다.(도전하실분? ^^)
나는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이 언덕에 서서... 멀어도 좀 먼 정도가 아닌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그녀가 위대해 보이면서도 그녀의 슬픔과 눈물과 기쁨이 서린 이 호수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조금이라도 알 것 같았다. 만에 하나 그녀가 이곳 깔라파떼에서 호의호식을 하며 잘 살고 있으면서 IMF라는 날벼락을 두번씩 맞았다고 하면 그녀는 일찌감치 이곳에서 보따리를 챙겼을지 모른다.
그러나 죽으라는 법이 없어서 살아보고자 간절히 기도하며 성실이상의 노력을 한 결과 오늘의 영광을 안았는데 이곳에는 바람이 너무도 많이불고 날씨가 혹독하여서 왠만한 나무는 뿌리조차 내리지 못하는 곳이다. 이곳에 서식하는 깔라파떼라는 나무가 땅에 납작 엎드려 있는 모습이 그것인데, 나는 이 깔라파떼처럼 억척스럽게 뿌리내린 그녀가 깔라파떼를 �았다고 생각했으며 그녀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는게 너무도 자랑스러웠다.
그녀의 안내로 신축공사중인 호텔의 구공항 언덕에서 내려다 본 깔라파떼는 너무도 황홀한 모습의 일몰을 만들고 있었으나 건기의 호수곁으로는 전혀 봄이 올것 같지 않을만큼 바람이 차게 불었고 바람이 불때마다 먼지가 휘날리며 진눈깨비를 시도때도 없이 흩뿌렸다. 그녀의 저녁초대를 뒤로하고 나오는 우리의 손에는 '라면'이 쥐어져 있었고 친숙한 상표였는데 그녀의 단촐한 세식구가 먹는 음식들은 모두 우리나라에서 공수해 온 것들이었다. 우리가 그녀를 챙겨주지 못했는데도 그녀는 반가움을 표시하고 연락하자며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세월이 제법 흘렀는데도 나는 게으름을 피우고 있었고, 이제 그녀의 이야기를 �게 쓰고 있는 것이다.
깔라파떼에서 우리가 목표하고 있는 것은 'Cerro Fitzroy'다. 예전에 이곳에 살던 인디오들이 담배를 피우는 산이라고 이름을 붙였던 곳인데 그들이 이 산을 보았을 때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고 한다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할텐데 막상 우리가 본 산은 그들이 말한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단지 산위에 무시로 구름이 들락 거리고 있었을 뿐이다.
자연의 한 현상을 정감있게 잘 표현하며 전설을 만들고 그 전설을 따라서 또 이름붙인 깔라파떼는 대한민국에서 눈물을 가슴에 안고 날아 간 한 여인의 손에 평정되고 있다. 그녀를 만나면 깔라파떼가 가슴에 품고 있는 마음처럼 다시 이곳을 방문해야 하는 숙명을 맞게 될터인데, 혹시라도 다시 이곳을 방문하여 그녀를 보게되면 나는 '산이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을 그대로 믿을 것이며 인디오들의 전설이 그대로 녹아있는 이 호수의 물을 마시며 그들의 이야기를 주절거릴 것이다.
이 호수의 물은 곧바로 먹어도 되는 1급수며 수천년이상된 빙하가 녹아서 만들어진 호수다. 그래서 그런지 이 호수물을 마실 때 마다 나는 전설속으로 빨려 들어 가는듯 했다. 내일은 그 전설이 있는 피츠로이로 가는 날이다.<계속>
Boramirang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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