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을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히 맞장구쳐 주고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으면 된다.
우리는 흰눈 속 참대같은 기상을 지녔으나
들꽃처럼 나약할 수 있고,
아첨 같은 양보는 싫어하지만
이따금 밑지며 사는 아량도 갖기를 바란다.

우리는 명성과 권세, 제력을 중시하지도
부러워하지도 경멸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 보다는 자기답게 사는 데
더 매력을 느끼려 애쓸 것이다.
우리가 항상 지혜롭진 못하더라도,
자기의 곤란을 벗어나기 위해
비록 진실일지라도 타인을 팔진 않을 것이며.
오해를 받더라도 묵묵할 수 있는 어리석음과
배짱을 지니기를 바란다.
우리의 외모가 아름답지 않다 해도
우리의 향기 많은 아름답게 지니니라.

우리는 시기하는 마음없이 남의 성공을 얘기하며,
경쟁하지 않고 자기하고 싶은 일을 하되,
미친듯이 몰두하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우정과 애정을 소중히 여기되
목숨을 거는 만용은 피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우정은 애정과도 같으며,
우리의 애정 또한 우정과도 같아서
요란한 빛깔과 시끄운 소리도 피할 것이다

우리는 천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는 오동나무처럼,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
자유로운 제 모습을 잃지 않고
살고자 애쓰며 서로 격려하리라.
나는 반닫이를 닦다가 그를 생각할 것이며,
화초에 물을 주다가, 안개 낀 아침 창문을 열다가,
가을 하늘의 흰구름을 바라보다
까닭없이 현기증을 느끼다가
문득 그가 보고 싶어지며,
그도 그럴 때 나를 찾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의 손이 비록 작고 어리어도
서로를 버티어주는 기둥이 될 것이며,
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두워질수록
서로를 살펴주는 불빛이 되어주리라.
그러다가 어느날이 홀연이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드레스처럼 수의를 입게 되리니,
같은 날 또는 다른 날이라도 세월이 흐르거든
묻힌 자리에서 더 고운 품종의 지란이
돋아피어, 맑고 높은 향기로 다시 만나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