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이어야 하는 이유
헌신적이던 어른, 암 걸리자 집안은 비상체제
내가 아는 한 어른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쩌면 우리 부모 세대 거의 대부분의 이야기일 수 있겠다.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살았다. 남편을 섬기고 자녀들을 교육시키는 데 자신의 온 에너지를 쏟았다. 풍족한 살림은 아니었지만 어려운 친척이나 이웃들에게 인정을 베풀었다. 자기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몸과 시간을 아끼지 않고 헌신적으로 일했다. 불필요한 곳에 돈을 쓰지 않았다. 특히 자신을 위해 좋은 옷을 사거나 보석 같은 것을 걸치거나 좋은 음식을 먹거나 하지 못했다.
나이가 들어서 자녀들이 이제 몸을 좀 돌보라고 해도 듣지 않았다.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도 마다했고 건강 검진도 받지 않으려 했다. 그런 것 없이도 건강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체질적으로 건강한 편이긴 했다. 모두들 그 어른을 좋아했다. 그분의 이타적인 삶의 태도는 젊은이들에게 표본이 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그러던 그분이 어느 날 기력을 잃고 쓰러졌다. 몸 안에는 암세포가 넓게 퍼져 있었다. 그분은 몸이 이상하다는 걸 느끼면서도 식구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았고 병원에 가려고도 하지 않았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그러다 말겠거니 했다는 것이었다. 자기 몸에 대한 그분의 소홀한 대우가 몸을 고장나게 만들었다. 그 이후로 길고 지루하고 힘든 투병 생활이 시작되었다. 병원을 드나들고 항암주사를 맞고 식이요법을 하고, 그리고 재발하고, 다시 치료를 위해 병원을 드나들고.....아는 사람은 알지만, 가족 중에 한 명이 암과 싸우게 되면 집안 전체가 비상체제로 돌입하게 된다. 암 환자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마음과 몸이 같이 아프다.
제 건강 잘 챙긴 팔순 어머니, 자식들은 고마울 따름
다른 어른을 알고 있다. 이분은 일찍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몸으로 세상을 헤쳐나왔다. 남편은 변변한 재산도 남겨놓지 않고 떠나 버렸기 때문에 생계를 꾸려야 하고 자식들 교육도 시켜야 했다. 그런 일들은 결코 쉽지 않았다. 어른은 시장에서 장사를 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자기 몸을 돌보는 일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다. 남이 보기에 지나칠 정도로 자기 건강을 챙겼다.
몸에 기력이 떨어지면 안 된다며 기회가 있는대로 보약을 달여 먹고 몸에 좋다는 음식을 챙겼고 영양제, 비타민 같은 것도 수시로 복용했다. 감기 기운만 있어도 병원으로 달려갔고, 정기 검진도 자주 받았다. 아마도 세상을 혼자 살아내면서 스스로 터득한 처세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자기를 돌볼 사람은 자기밖에 없다는 깨달음. 실제로 어른은 그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는 했다.
"나 병나서 누워봐라. 누가 약이나 한 첩 지어다 주겠냐. 자식들은 누가 대신 키워준다냐. 내 몸뚱이는 내가 건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분의 그런 삶의 태도가 어떤 처지에서 나온 것인지를 이해하면서도 주변 사람들은 그래도 좀 이기적이라는 인상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어른은 연세가 많이 드셨지만 지금도 정정하다. 팔순이 가까운 나이에 밭을 일구고 등산을 하고 책을 읽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자녀들이 모시겠다고 해도 사지 멀쩡한데 뭣 땜에 불편하게 자식들하고 사냐며 마다하신다. 혼자 오래 살아온 사람 특유의 체질이 몸에 배어서 실제로 혼자 사는 걸 편안해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자식들은 가끔씩 어머니를 뵈러 간다. 이 '이기적인' 건강한 어머니는 자식들이 오면 친히 밥을 하고 텃밭에서 나온 푸성귀들을 싸 준다. 자식들은 미안해 하면서 동시에 팔순이 넘도록 건강하게 사시는 어른을 고마워한다. 어른이 간혹 자식들에게 한마디씩 한다.
"내가 죽을 때까지 아파 눕지 않아서 니들 신세 안 지는 것이 내 소원이다. 그것이 너희들에게 하는 내 부조다."
이기적으로 자기 몸을 돌봄으로써 이타를 이루라
우리 나라 평균 수명이 78.2세라고 한다. 지속적인 생활수준 향상과 보건, 의료기술의 발달이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증가 속도를 급격하게 하고 있다. 1960년에 전체인구의 2.9%에 불과했던 것이 2000년에는 7.1%를 넘어섰다. 2020년에는 13.2%를 넘어서 고령사회가 될 거라고 전망한다. 노인 복지에 대한 관심이 시급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국가 정책과 사회적 관심이 요청되는 사안이지만, 노년의 삶에 대한 개개인의 준비와 대처 또한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하겠다. 노년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개개인이 대비하고 준비해야 할 첫번째 것은 건강이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앞에 예를 든 두 어른의 경우를 빌려 건강에 관한 한 좀 이기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의견을 내 보는 것이다. 우리보다 앞선 세대의 어른들은 자기 몸의 이기주의에 익숙하지 않았다. 때때로 그것은 정력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천박한 보신문화와 혼동되기도 했다. 그러나 타인에 대한 사랑의 기초가 자기 사랑이라는 건 보편적 진리이다.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가 성경의 가르침 아닌가. '자기 몸을 사랑하는 것처럼' 타인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기 몸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이웃 사랑은 무엇에 근거하는 것인가.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이타적인 삶의 태도의 소중함과 그 윤리적 가치는 어떤 경우에도 무시될 수 없다. 그러나 자기의 건강을 돌보지 않는 이타는 결국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의지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되고 더러는 타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을 만들 수 있다. 이기주의가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이기가 타인의 이익을 해치는 경우이다. 그런데 자기 건강을 챙기고 몸을 돌보는 이기주의는 타인의 이익을 해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누군가의 신세를 지지 않음으로써 이타의 결과를 빚어낸다. 이 문제에 대한 한, 이기적이라고 평가받은 어른의 삶의 태도가 결과적으로 더 이타적인 것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근거이다.
그래서 이런 역설이 가능해진다. 몸의 건강에 관한 한 이타적이려면 이기적이어야 한다. 이타적이기 위해 이기적으로 자기 몸을 돌보라. 이기적으로 자기 몸을 돌봄으로써 이타를 이루라.
(출처) 다산연구소 / 이승우 소설가, 조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 나도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 있다
글쓴이 : 사랑방주인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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