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린토스에서는 아폴론 신전의 기둥들이 남아 있다. 헤라클레스가 헬리콘 산에서 뽑았다는 거대한 올리브 나무처럼 육중한 모놀리트는 거인의 지울 수 없는 그림자를 역사에 길게 드리운다. 코린토스는 또 고대 최고의 문화도시였고, 그만큼 시민들의 삶도 넉넉했다. 코린토스 산 크림 색 도기가 지중해 명품족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내로라는 영웅들은 회포를 풀기 위해 코린토스로 몰렸다고 한다. 문자 그대로 사랑과 예술이 넘쳐나는 고대의 사랑방 도시였던 것이다.
미케네는 아트레우스 왕의 원형 무덤을 놓칠 수 없다. 삶과 죽음의 경계 공간이자 완전한 우주의 형태를 본뜬 그리스의 네크로폴리스는 우리의 석굴암 건축과 놀랄 만큼 닮아 있다. 원형무덤은 이곳에서만 스무 곳 이상 발굴되었는데, 원시적인 원형 무덤의 구조가 훗날 원형신전의 형식으로 진화했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미케네 사자의 문을 통해서 지중해의 문명과 예술에 발을 딛고 그때 예술가들의 끌 자국, 망치자국을 따라서 시간의 저편으로 사라진 고대 미학의 실타래를 풀어본다. 미케네의 황금 마스크를 발견하고 “나는 오늘 아가멤논의 얼굴을 보았다”고 프로이센 왕에게 급전을 쳤던 하인리히 쉴리만의 감탄은 오늘날까지 우리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오늘 우리는 그리스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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